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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잡이의 식당 생존기 – 팔 부딪힘, 자리 고르기, 젓가락 방향까지

by mollang-i 2025. 4. 25.

🍴 왼손잡이의 식당 생존기

우리는 모두 식당에서 식사를 즐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나 가족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는 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왼손잡이라면? 이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에 은근한 생존 전략이 필요해진다. 팔이 부딪히고, 자리를 고민하며, 젓가락 하나로도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 그게 나다. 오늘은 왼손잡이로서 식당에서 겪는 작지만 끈질긴 불편함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왼손잡이의 식당 생존기 – 팔 부딪힘, 자리 고르기, 젓가락 방향까지
🍴 왼손잡이의 식당 생존기 – 팔 부딪힘, 자리 고르기, 젓가락 방향까지

 

“팔 부딪히지 말자”는 간절한 바람 – 옆자리 전쟁

왼손잡이에게 식당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팔 부딪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이고, 식당의 좌석 배치나 테이블 구조 역시 오른손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와 나란히 앉으면, 팔이 마주치는 건 시간문제다.

식사를 시작할 때는 괜찮은 듯 보이지만, 어느새 밥을 퍼내는 동선과 반찬을 집는 타이밍이 겹친다. 오른손잡이 친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팔을 뻗고, 나도 왼손으로 움직이다 보면 서로의 팔꿈치가 딱 부딪힌다. 가벼운 터치야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자주 반복되면 신경이 곤두선다. 가끔은 국물 있는 음식을 먹다가 팔 부딪힘 때문에 국물이 튀거나, 숟가락이 흔들리는 아찔한 순간도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나름대로의 기술이 생긴다. 팔을 살짝 몸쪽으로 붙여서 최대한 공간을 적게 차지하거나, 반찬을 고를 때는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가 빈 틈에 슬쩍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식사는 결코 편하지 않다. 왼손을 쓰는 데에도 눈치가 필요한 삶, 이건 왼손잡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자리 고르기의 기술 – 왼손잡이의 공간 전략

그래서 왼손잡이는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먼저 살핀다.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먼저 테이블 구조와 좌석 위치를 체크한다. ‘여기는 벽에 기대어 앉을 수 있겠군’, ‘창가 자리는 오른쪽이 비어있어서 괜찮겠다’ 하는 식으로. 이건 일종의 생존 전략이자, 왼손잡이만의 특별한 자리 고르기 기술이다.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오른쪽에 아무도 없는 자리, 혹은 벽이나 창가 쪽이다. 이런 자리는 팔이 닿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테이블 한가운데나 사람들로 꽉 찬 공간의 가운데 자리는 되도록 피한다. 양쪽에 모두 오른손잡이가 앉는 경우, 나는 양팔을 조심스럽게 접고 식사를 해야 한다. 그 순간만큼은 왼손잡이라는 게 참 피곤하다 느껴진다.

가끔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구석으로 가?”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냥 조용한 자리 좋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사실은 식사의 편안함을 지키기 위한 계산된 선택이다. 이런 나름의 전략 덕분에 식사 중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만, 자리 선택에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젓가락 하나도 쉽지 않다 – 오른손 기준 세상의 어색함

식당에서 젓가락과 숟가락을 세팅할 때 대부분은 오른손 기준이다. 수저를 오른쪽에 놓는 건 기본이고, 2인 이상이 함께 식사할 때는 반찬 접시 위치도 대체로 오른손에 가까운 쪽에 배치된다. 그래서 왼손잡이는 항상 젓가락을 왼손으로 들기 위해 수저를 옮겨야 하고, 반찬을 집기 위해 팔을 멀리 뻗어야 할 때가 많다.

이런 구조 속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종종 민망한 상황이 생긴다. 반찬을 집으려다 친구의 손과 겹치고, "아 미안!" 하며 빠르게 팔을 빼기도 한다.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웃지만, 나는 속으로 "왜 내가 사과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때로는 그게 반복되다 보면 결국 먹고 싶은 반찬을 포기하게 된다. 그냥 불편해서, 혹은 괜히 신경 쓰이기 싫어서.

또한, 가끔은 왼손으로 밥을 먹는 걸 보며 누군가 “어, 왼손잡이구나?”라며 말을 걸기도 한다. 그 말 자체는 악의가 없고 친근한 인사일 수도 있지만, 순간적으로 주목받는 그 느낌은 어쩐지 식사에 집중하던 나를 현실로 끌어내린다. 그냥 편하게 밥을 먹고 싶을 뿐인데, 나는 항상 조금은 ‘특이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순간에 서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왼손잡이들은 결국 더 조용해진다. 자신을 더 작게 만들고, 움직임을 줄이고, 어색함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위축된 식사는 결코 편한 식사가 아니다. 먹는 행위가 타인과의 충돌을 피하는 과정으로 변질되는 순간, 왼손잡이는 또 한 번 세상의 기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게 된다.

 

✨마무리하며: 왼손잡이도 편하게 밥 먹자

작은 행동 하나, 자리 하나, 수저 하나가 왼손잡이에겐 생각보다 큰 불편함을 만든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늘 조용하다. 눈에 띄지 않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조심한다. 그렇게 수많은 왼손잡이들이 말없이 불편함을 감내하며 식사를 해왔다.

이 글은 그런 작은 불편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별것 아니라고 넘기기엔 매일 반복되는 일이니까. 누군가는 “그냥 오른손 쓰면 되잖아”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왼손잡이에게 왼손은 단순한 ‘사용하는 손’ 그 이상이다. 익숙함이고, 자연스러움이고, 자기다움이다. 식당에서도, 삶에서도, 왼손으로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어쩌면 팔 한 번 부딪히지 않는 자리 배치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