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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욕망을 쫓는 자들의 이야기
영화 '돈'은 평범한 증권사 신입사원 조일현이 거대한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단기간에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증권사에 입사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던 중 신비한 인물 '번호표'를 만나게 되고, 그의 유혹에 빠져 불법 작전에 가담하게 된다.
영화는 주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탕주의', '불공정 거래', '탐욕'이라는 키워드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 속 작전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금융 범죄 사례들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영화 <돈>에서 욕망을 쫓는 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뉴스에서 마주한 사건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 현실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영화 속 작전, 실제 주가조작과 어떻게 닮았나?
영화에서 '번호표'는 비상장주식을 이용해 작전 세력을 꾸리고, 허위 정보 유포와 대량 매수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다. 이는 현실에서도 실제 전형적인 주가조작 수법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큰 충격을 안긴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포착됐다.
라임자산운용은 부실한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수익률을 부풀렸고, 펀드 자금을 돌려막기 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기만했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허위 사업계획서를 통해 투자를 유도한 뒤, 실체가 없는 기업에 자금을 흘려보내 손실을 키운 사례였다.
영화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현혹되고, 정보의 출처나 실제 가치에 대한 검증 없이 자금을 쏟아붓는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성'과 '감정적 투자'는 현실이나 영화 모두에서 작전 세력이 이용하는 핵심 요소다.
또한, 영화는 '작전'이라는 말이 증권가에서 은밀히 통용되는 방식으로, 불법이지만 음지에서 구조화된 형태로 실행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실제로도 주가조작은 단독 범행이 아닌, 브로커-기업 관계자-증권사 내부 인원이 연루된 조직적 범죄로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2022년의 이른바 '청담동 주가조작 사건'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욕망의 끝,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욕망의 끝, 작전의 말로는 언제나 비극이다. 영화 속 조일현은 자신이 만든 허상 속에서 결국 무너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순진한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수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아직도 피해 회복은 요원하다.
이러한 범죄의 본질은 단순한 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투자 문화를 왜곡시키며, 결국 사회 전반의 불신을 키운다. 영화는 조일현의 심경 변화와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피해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망을 교묘히 피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전 세력의 배후에는 늘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형 연결고리가 얽혀 있어, 이들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금융 범죄를 멈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영화 '돈'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한국 금융 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단기 수익만을 좇는 투자 문화, 불법 정보의 유통,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구조적 무관심이 얼마나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이 같은 범죄를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금융 지식을 갖추고, 투자 전 충분한 검증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 개선과 강력한 처벌이 병행되어야 한다.
'돈'이라는 영화는 끝내 묻는다. “돈이 전부인가?”라는 질문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되묻는다. “이 돈은 어디에서, 누구의 대가로 생겨난 것인가?”